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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식 스토리
TASTE OF SEOUL 2023 : Signature Pop-ups
  • 작성일2023/09/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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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OF SEOUL 2023 : Signature Pop-ups

 

 

셰프, 셰프를 만나다

 

컬래버레이션의 묘미는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는 데 있다.

교집합이 있는 서울의 레스토랑과 세계의 레스토랑이 만났다.

‘2023 서울미식주간’ 동안 열린 시그너처 팝업 현장 5곳이 들려주는 이야기.

 

 

 

 

1. Mingles × Joo Ok × Sühring

 

 

토마스, 강민구, 마티아스, 신창호 셰프

 

다시 모인 4형제

Four Brothers

 

혈연으로 맺어진 형제는 아니다. 한국적 DNA를 창의적인 요리로 선보이는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와 <주옥>의 신창호 셰프, 그리고 방콕에서 모던 저먼 퀴진을 전개하는 <슈링>의 쌍둥이 형제 토마스와 마티아스 슈링 듀오는 4년 전 서울 팝업으로 요리 형제의 연을 처음 맺은 이래, 올봄 방콕 컬래버레이션에 이어 이번에 세번째 합을 맞추며 끈끈한 연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 셰프들과 팝업을 1회 이상 함께 하는 경우가 잘 없어요. 서로의 요리를 이해하고 있으니 더 좋은 요리가 나온것 같아요.” 신창호 셰프의 말이 이번 팝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주옥> & <밍글스>&<슈링>의 컬래버레이션 디너

 

<슈링>의 고등어와 <주옥> & <밍글스>의 어란을 시작으로 새우 칩을 얹은 독도 새우 타르타르, 푸아그라와 훈제 장어 테린 등 독일과 한국 형제들의 디시가 번갈아가며 등장했다. 이어서 제주 금태 & 크리스털 캐비어는 4형제가 함께 개발한 메뉴. 바삭하게 튀겨낸 금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 다시마의 오독오독한 식감이 다채롭고, 멸치 육수와 리슬링 뵈르블랑이 감칠맛을 담당했다. 코스 후반부로 갈수록 요리는 협업의 의미를 더해갔다. <슈링>이 한우 간장 라구와 참기름을 활용해 독일식 파스타인 스패츨을 만들거나, 20년 숙성 미림과 위스키를 넣은 유자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이번 팝업을 준비하면서 슈링 형제에게 다양한 한국 식재료를 보여줬는데, 아주 흥미로워했어요. 특히 해산물을 좋아했는데, 금태에 그들의 소스가 잘 어울려서 저도 놀랐어요.” 강민구 셰프도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더 깊어졌다고. 마무리는 대추주악과 흑맥주 크렘브륄레. 한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대추와 독일의 음료 문화를 대표하는 흑맥주를 활용해 창의적인 재해석이 눈에 띄는 디저트였다.

 

 

 

첫 컬래버레이션을 했던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서울미식이 훌쩍 성장했듯,

이번 팝업을 준비한 네 명의 셰프 역시 한층 발전한 모습으로 다시 모여 기쁘다. -강민구(밍글스)

 

 

 

2. Mosu × Wing

 

비키 쳉, 안성재 셰프

 

 

아시아로 쓰는 미식 문법

Asian Innovators

 

한국인이 좋아하는 ‘전복’이 디너의 포문을 열었다. 천천히 5시간 동안 익혀서 신선한 윤난 고추로 맛을 낸 <윙>의 전복과 5분간 ‘겉바속촉’으로 조리해 말린 사천 고추를 곁들인 <모수>의 전복은 시작에 불과했다. ‘가지’라는 익숙한 식재료의 맛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나 시합을 한 듯 접시에 담긴 2가지 가지 요리, 수천 년의 중국 음식 역사를 품고 있는 송화단을 투명한 스노볼처럼 내놓는 비키 쳉 셰프의 센추리 에그와 이를 받쳐주는 안성재 셰프의 새우 시폰 케이크의 만남등 웰컴 요리는 식사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같은 재료를 대조된 기법으로 조리하는가 하면, 시그너처 식재료나 식문화를 담되 융합이라는 숙제를 풀어낸 두 셰프의 컬래버레이션은 각본 없는 한편의 드라마처럼 이어졌다. 두 셰프는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셰프 중 한 명”으로 서로를 꼽는다. “서로의 요리를 직접 경험해보고 좋아하는 사이다. 비키 쳉 셰프가 4-5년 전 모수에 식사하러 오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성공적인 궁합의 비결을 궁금해하자 안성재 셰프가 비키 쳉 셰프와의 인연에 대해 들려줬다.

 

 

 (좌)말린 사천 소추를 곁들인 전복, (우) 푸아그라와 장어

 

 

두 사람 모두 프렌치 다이닝에서 요리를 익힌 배경이 있다. 드라마는 그런 공통점까지 놓치지 않았다. ‘푸아그라와 장어’라는 프렌치의 클래식 조합에 오향을 사용해 동양적 풍미를 살리고 안성재 셰프의 복분자 소스로 킥을 더했다. 비키 쳉 셰프의 시그너처 메뉴인 생선부레 덮밥도 재현되었다. 엄청난 크기의 생선부레를 정성껏 준비해온 <윙>의 수고에 한국의 칠리 향을 입힌 <모수>의 무쇠솥밥이 조합을 이뤘다. 광둥·홍콩 지방의 차사오가 한우 갈비로 조리되고 김치 양념이 아닌 갈비 양념으로 맛을 낸 겉절이 샐러드와 단짝을 이뤘나 하면, 홍콩의 새우알과 한국의 토종 밀(백강밀)로 만든 새우탕면은 신데렐라의 변신만큼이나 놀라운 거리 음식의 변신을 선사했다. 주거니 받거니 전화 몇 통 속에 툭툭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두 사람. 세계 미식 문법에 ‘아시아’를 각인시키고 있는 두 셰프의 이유 있는 만남이 확인되는 시간이었다.

 

 

접시마다 누구의 요리가 아니라 둘이 협심한 요리를 담았다.

교류가 있고 서로의 요리를 이해하던 관계여서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팝업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 서울미식주간 시그너처 팝업에 참여하면서 비키 쳉 셰프와 첫협업을 하게 되어 기쁘다.

-안성재(모수)

 

 

 

 

3. Jungsik × Jua × Central

김정호, 김호영, 임정식, 정상 셰프

 

뿌리 깊은 나무

One Root

 

‘One Root’만큼 이들의 관계성을 관통하는 단어는 없다. 뉴 코리안의 원조인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와 김정호 헤드 셰프, 미국 뉴욕에서 한식 열풍을 이끌고 있는 <주아JUA >의 김호영 셰프, 올해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1위를 차지한 페루 리마 <센트럴CENTRAL >의 정상 셰프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정식당>에서 함께 일했다. 한국 다이닝 문화를 개척해온 선후배이자 뜨거운 전우였던 이들은 마치 고향으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처럼 <정식당>에 다시 모여 각자 펼쳐온 커리어를 하나의 코스로 풀어냈다. “제가 키웠다기보다 다들 <정식당>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거죠(웃음). 표면적으로 모두 많이 성장했는데 어떤 요리를 하고 있을지 서로 기대감이 컸어요.”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기 전 임정식 셰프가 들려준 시그너처 팝업의 계기이자 의의다.

 

(좌) 세 업장이 콜라보한 전채요리 (우) 한우++ 갈비

 

<센트럴>의 남미 해조류를 활용한 세비체가 포함된 첫 디쉬를 시작으로 스모크 고등어에 오렌지 된장 소스를 곁들인 <주아>의 디시를 거쳐 <정식당>의 송이로 만든 만두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총 10개. 릴레이 바통을 넘기듯 이어진 코스는 각자 준비했음에도 마치 한 명의 셰프가 짠 듯 매끄럽게 흘러갔다. “김호영 셰프는 <정식당>에 도착하고 수조에서 헤엄치는 고등어를 보고 갑자기 하려던 레시피를 바꿨어요. <센트럴>은 페루에서만 나는 식재료를 활용하는데 이번 팝업을 위해 식재료를 공수해왔어요. <정식당>은 제철 식재료죠. 한창 송이철이잖아요.” 임정식 셰프가 일러준 대로 식재료가 돋보인 코스였다. 페루 사막 기후에서 자란 호박을 활용한 요리 ‘대하’, 안데스 고산지대에서 자란 다양한 품종의 옥수수와 아마란스를 재료로 만든 ‘옥수수 수프’ 등에서 낯설고도 익숙한 풍미가 느껴졌다. 디저트 역시 세계일주 같은 흐름이 있었다. 청귤 셔벗을 거쳐 <정식당>의 시그너처 디저트인 돌하르방 그리고 페루의 3가지 카카오로 준비한 카카오 트리에 이르렀다. 식사 말미 4명의 셰프가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14년 만에 함께 코스를 준비해서 기뻐요. 많은 분들이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시작된 뉴 코리안 정신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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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어떤 색깔이 더해졌을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임정식(정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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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e Green Table × Villa Aida

 

김은희, 고바야시 간지 셰프

 

채소를 노래하다

Green Villa

 

<빌라 아이다>는 일본 ‘로컬 가스트로노미’ 개념을 뿌리내리는 데 일조한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의 오너 셰프 고바야시 간지는 매일 최상의 식재료를 직접 텃밭에서 수확하거나 지역 생산자에게 구매하여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조리한다. <더 그린테이블>의 김은희 셰프 역시 제철 식재료에서 가장 큰 모티프를 찾는다. 그는 시장과 농장을 돌며 다양한 한국 제철 식재료를 찾는데, 사찰 음식, 고조리서 등한국 식문화에서 착안한 조리 기법을 접목하여 섬세한 요리를 구현한다. 이번 팝업 행사에서 소개된 모든 요리는 고바야시 간지 셰프가 일본에서 가져온 몇 가지 향신료와 무화과 잎, 호박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 식재료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봉화의 해오름 농장과 경동시장을 함께 방문하며 재료가 내는 목소리에 섬세하게 귀 기울였다.

 

 

 

(좌) 서머 빌라 가든, (우) 8종 반찬, 삼계탕

 

흥미로운 점은 ‘버섯’이라는 같은 재료를 두고도, 간지 셰프는 버터를 사용해 조리 후 콤부 소스를 얹어 내고, 김은희 셰프는 숯으로 훈연 향을 입힌 다음 버섯쥐JUS를 만들고, 생으로 얇게 써는 등 다양한 조리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했다. 우연한 발견의 즐거움도 있었다. 코스 서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서머 빌라 가든 SUMMER VILLA GARDEN’이 그것. <더 그린테이블>의 시그너처 메뉴인 ‘여름 정원’에 간지 셰프의 샐러드를 가미해 계절의 맛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요리다. 여름 정원은 어린 허브와 채소 잎, 나물 등을 수려하게 담고, 홍매실청과 나물 피클 주스, 콩피한 양파 크림 등을 첨가한 것으로, 여기에 한국의 노각과 배추로 만든 간지 셰프의 샐러드를 더하자 풍성해졌다. 메인 요리로 나온 ‘삼계탕’도 마찬가지. 곁들인 8종의 반찬은 간지 셰프가 경동시장에서 발견한 고들빼기 무침, 햇땅콩 무침 등 4종과 <더 그린테이블>의 눈개승마 피클, 돼지감자 피클 등과 어우러졌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식재료를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에요”라던 간지 셰프의 말처럼, 두 사람이 피워낸 맛의 꽃봉오리가 오랜 시간 접시 위에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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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옆인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고 손님을 맞이한첫 디너다.

지극히 한국적인 메뉴인 ‘삼계탕’을 간지 셰프가 먼저 제안했을 때

굉장히 놀랐고, 두 레스토랑의 요리가 결이 비슷해서 또 놀랐다.

주방에서 아름다운 간지 셰프님을 계속 응원한다.

-김은희(더 그린테이블)

 

 

 

5. Fritz × Sqirl

 

(좌) 박근하 대표, (가운데) 제시카 코슬로 셰프

 

힙과 합

SeouL-A Vibe

 

<스퀄SQIRL>과 <프릳츠>는 언뜻 베이커리를 취급한다는 공통점이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로스앤젤레스 브런치 레스토랑 <스퀄>을 이끄는 제시카 코슬로JESSICA KOSLOW는 계절 잼을 얹은 리코타 토스트로 미국의 아침 식사 식단을 바꿨다고 추앙받는 인물이다. 설탕을 최소화하고 유기농 과일을 조합한 <스퀄>의 잼은 연간 수만 병이 팔려 나간다. 달지 않고 부드럽게 퍼지며 숟가락으로 퍼 먹어도될 특별한 잼을 만들기 위해 그가 쏟는 노력은 극진하다. 5명의 커피, 제빵 전문가가 활약하는 <프릳츠>는 또 어떤가. 호기심을 자아내는 브랜드명과 물개 마스코트로 유명하지만 <프릳츠>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건 고품질 생두를 얻기 위해 산지 농장을 찾아다니며 직거래하고 매일 퀄리티 컨트롤 차트와 제빵일지를 쓰는 진심 어린 노력 덕이다. 줄을 서지 않으면 도저히 먹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지닌 <스퀄>과 <프릳츠>가 만나서 일으킨 시너지는 유연한 조화로움이다.

 

리코타 치즈와 4가지 잼을 올린 브리오슈, 스트로베리 말차 라테

 

시그너처 팝업을 위해 <스퀄>과 <프릳츠>는 각자 잘하는 것을 내놓았다. <프릳츠>가 만든 폭신한 브리오슈에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와 <스퀄>의 4가지 잼을 올렸다. <스퀄>은 딸기 로즈 제라늄잼을 넣은 스트로베리 말차 라테 레시피를 제안했다. <프릳츠>는 지금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에 착안해 유자 에스프레소, 토마토와 매실 에이드를 메뉴에 올렸다. 어떤 공식에 메이지 않은 자유로운 브레인스토밍은 비 오는 <프릳츠> 원서점에 또 한 번 기록적인 긴 줄을 남겼다. 로고 교환만으로도 포스터와 티셔츠, 에코백 굿즈가 척척 탄생한 둘의 만남은 힙이 만나 이룬 합이었다.

 

 

 

<스퀄>과 협업하며 생각이 자유롭다고 느꼈다.

지속 가능하다면 서울과 LA의 힙을 잇는,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만들어질 것 같다.

-박근하(프릳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