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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Bar&Pub Award : Zest 김도형 바텐더
  • 작성일2023/09/27 14:01
  • 조회 4,872

Best Bar&Pub Restaurant Award : Zest 김도형 바텐더

 

 

 

 

밸런스와 디테일의 ‘맛남’

제스트

 

 

칵테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하여 정한 <제스트>의 모토는 ‘지속가능한 파인 드링킹’. 쓰고 남은 시트러스 껍질로 탄산음료를 만들거나, 근거리 농장에서 직접 식재료를 수확해오며 보다 가치 있는 한 잔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김도형 바텐더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은 비단 칵테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앞치마를 하고, 직원 복지를 철저히 챙기며, 플로깅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지속가능한 바의 오너로서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한 제로 웨이스트는 불가능하지만, 쓰레기통에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한다”는 김도형 바텐더의 최종 목표는 가치 있는 바 문화 정착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김도형 바텐더>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게 된 계기는.

누구나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 줄 알고, 소비자의 수준도 높아졌다. 칵테일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세계적인 화두인 지속가능성을 떠올렸다.

 

식재료부터 인테리어까지 한국적인 바를 표방하기도 한다.

‘바’는 서양 문화지만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바를 만들고 싶었다. ‘한국적인 바’란 제철 식재료나 사계절, 한국의 원목 등 한국의 맛과 멋을 담아내는 바라고 생각한다. 전체 메뉴 중 최소30%는 우리술을 사용하고, 국내산 식재료를 사용하며, 로컬 생산자를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계절감과 지속가능성을 담은 칵테일 Z&T는 <제스트>의 시그너처 메뉴다. 어떻게 개발했나.

한국 식문화에서 가장 멋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계절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중적인 칵테일 ‘진앤토닉’을 우리 제철 재료로 만들었다. 진에 제철 과일을 넣은 증류액을 재증류해 하우스 진을 만들고, 쓰고 남은 과일 껍질을 올린다. 봄에는 한라봉, 여름에는 참외, 가을에는 사과, 겨울에는 딸기를 사용해 사계절을 돌았다. 이 재료들은 남양주의 ‘준혁이네’ 농장에서 직접 거둬온다. 오픈 초기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씩 꾸준히 방문해 텃밭을 가꾸기도 하고 재료 공부도 한다. 생산자와 소통하고, 식재료의 품질을 지키는 것은 물론 유통과정 중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올가을에는 다른 제철 과일을 사용한 버전을 내놓을까 한다

 

 

 

<Z&T, 카프레제>

 

 

칵테일에서 밸런스와 디테일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당도와 산미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를 이루는 칵테일은 ‘맛있다’는 인상을 준다. 칵테일의 식재료를 구성할 때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맛있는 칵테일이라도 디테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예를 들어 잔이 깨졌다거나, 먹을 수 없는 재료가 들어갔다면 완벽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하기 어렵다. 칵테일을 내는 방식, 공간, 분위기까지 모든 디테일을 완성해야 한다.

 

칵테일을 내줄 때 그 안에 담긴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 의미를 알고 마시면 손님들의 ‘와우’가 다르다. 레스토랑과 비슷한 것 같다. 예를 들어 Z&T를 낼 때는 우리가 왜 토닉워터를 직접 만들고, 제철 과일을 쓰고, 그 과일을 직접 수확해오는지 설명하는데, 그러면 손님은 맛있을 뿐 아니라 스토리까지 담긴 칵테일을 마시게 된다. 나 또한 손님에게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반복적으로 설명하다 보니 스스로 더 큰 사명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맛있는 음료, 그리고 그 음료를 계속 마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텐더와 소비자 모두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백 바가 보통 바들과 달리 매우 여유롭다.

직접 재증류한 하우스 진과 자연적인 오브제만 배치했다. 인테리어에도 지속가능성을 적용했다고나 할까. 미니멀을 추구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을 최대한 제거했다. 또한 손님들이 백 바에 시선을 뺏기지 않고 오롯이 칵테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다. 선입견을 차단하는 목적도 있다. 예를 들어 조니 워커 블루 대신 블랙을 사용했다고 해서 칵테일의 맛까지 낮게 평가하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 술도 많이 사용하는데, 소주로 만든 칵테일도 정말 맛있음을 전하고 싶었다. 자주 쓰는 리큐어와 직접 만든 음료류는 모두 라벨링한 뒤 일체형 바에 보관해 사용한다. 백 바에 두는 것보다 오히려 동선이 짧아지는 장점이 있다.

 

좋은 칵테일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바 신이 과거에 비해 상향평준화를 이룬 요즘, 맛있고 멋있는 칵테일은 누구나 만든다. 그 이상의 좋은 칵테일을 만들고 싶다면 자신만의 이야기와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 왜 이런 재료를 사용했고, 왜 이런 맛을 냈으며, 그래서 이 칵테일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한다. 결국 바텐더도 한 명의 예술가 아니겠나. 차별화된 스토리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칵테일이 좋은 칵테일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바’란 제철 식재료나 사계절,

한국의 원목 등 한국의 맛과 멋을 담아내는 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도전은.

<제스트>만의 전통주를 만들어보고 싶다. 직접 생산하거나 인근 시군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해 술을 만들면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남양주에 있는 <제스트>의 텃밭과 지인의 증류소를 연계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해외 지점을 오픈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해외에 거주하며 바텐딩을 하고 싶은 팀원이 있다면 <제스트>를 떠나지 않고도 그 희망을 이루게 해주고 싶다. 더 큰 꿈이라면,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고 싶다. 소비자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고, 바 업계에 자극이 되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