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st Western Restaurant : Mosu 안성재 셰프
Best Western Restaurant : Mosu 안성재 셰프 기본과 그릿의 ‘맛남’ 모수 안성재 서울미식 100선에 4년 내내 이름을 올린 <모수 서울>. 지난해에는 국내 오너 셰프로서 첫 미쉐린 3스타를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의 다음 목표는 무얼까? 안성재 셰프는 “목표는 단 하나, 늘 처음의 마음가짐과 같을 것”이라고 말한다. 8년 전 샌프란시스코에 첫 레스토랑 <모수>를 오픈했을 때, 이후 미쉐린 스타를 받으며 이룬 성취를 뒤로하고 레스토랑을 서울로 옮겼을 때, 그리고 지난 9월 서울미식 100선 어워드가 꼽은 ‘베스트 양식 레스토랑’을 2년 연속 수상하기까지. 도전의 연속인 그의 여정은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요리만큼 맛있는 게 없다”는 안성재 셰프는 오늘도 기본을 되새기며 주방에 들어선다. 그리고 가장 흔한 재료로 가장 창의적인 요리를 만든다. <안성재 셰프> 요리에서 가장 중시하는 키워드로 기본과 그릿GRIT을 꼽았다. 한 번은 거스 히딩크 축구 감독이 “기본에 충실하면 1등 할 수 있다”고 한 말을 들었다. 듣는 순간 뇌리에 박혔다. 누구나 당연히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참 어려운 일이다. 방심하는 순간 기본을 잃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릿이 필요하다. 그릿이란 성공과 성취를 끌어내는 데 꼭 필요한 투지부터 열정, 담대함, 낙담하지 않고 매달리는 끈기까지 포괄하는 단어다. 기본과 그릿이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는 굉장하다. <모수>가 지금까지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킬 철학과도 같다. 레스토랑의 기본이란 무엇인가. 신선한 식재료, 테크닉, 맛, 계절감, 지속가능성, 그리고 진심 어린 서비스 등 모든 레스토랑이 당연하게 지키는 요소다. 나아가 청결을 유지하고, 주변을 정돈하며, 루틴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나, 요리를 항상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까지 포괄한다. 더 사소하게는 방에서 나올 때 점등하는 것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나열하고 보면 별것 아닌데, 막상 실천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 시절부터 지금까지 레스토랑을 지탱하는 모든 ‘기본’에 힘을 쏟았기 때문에 오늘의 <모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릿을 기르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주말마다 복싱을 한다. 체력은 물론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서다. 나 자신이 운동선수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연습하고, 훈련하고, 시간을 투자하고, 마지막 결승선에 도달하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일은 셰프의 일과이기도 하다. <작은 한 입들 중 하나인 화덕을 이용한 꼬치> 원래 끈기 있는 성격인가. 그렇다. 미친 것 같다는 말도 들어봤다. 미국에서 요리 학교를 졸업한 뒤 스시 전문점에서 2년간 일했는데, 그동안 나를 제외한 30여 명의 직원들이 입사했다 그만뒀다. 일주일, 아니 하루도 못 버티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나에게 그 힘든 주방에서 어떻게 2년씩이나 일할 수 있었냐고 물었다. 나라고 쉽지만은 않았다. 출근해서 빨래 개고, 청소하고, 히노키 사포질을 세기를 달리 해 세 번씩 하는 것이 어디 쉬웠겠나. <프렌치 론드리FRENCH LAUNDRY>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버텼다. 한 번 하기로 했으면, 끝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기준과 직원의 기준이 같을 수는 없을 텐데. 맞다. 그렇다고 <모수>만 한 규모의 레스토랑에서 내가 모든 요리를 직접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직원에게 나의 기준을 최대한 설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내면에서 모든 것을 끌어내 요리하라고 말해준다. 이 조언을 몸소 새긴 직원은 ‘어떻게 한 거지?’ 싶을 만큼 놀라운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바가 있다면. 레스토랑 일은 우리만의 쇼가 아니다.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 고객에게 선물하는 행위다. 우리의 행위가 헛되지 않으려면 목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스스로 에게 엄격하고, 서로에게 가장 무서운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 식재료의 품질을 보완할 수 있는 테크닉과 노하우를 활용한다. 정해진 방법이 있다기보다 평소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얻은 비결 같은 것이다. <모수>는 어떤 요리를 추구하나. 국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한국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요리를 만들고 있다. 특히 채소를 <모수>만의 방식으로 요리하는 데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가지와 애호박을 무치거나 당근을 볶아 먹으면 당연히 맛있다. 익숙한 재료를 익숙한 방식으로 요리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색다른 방식으로 요리하면서 맛있게 만들기는 꽤 어렵다. 채소의 성분과 성질을 공부하고 시행착 오를 겪으면서 익숙하지만 전혀 다른 요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메뉴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끊임 없이 시도해야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메뉴를 만들 때 무의미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목표한 바에서 빗나가더라도 그 한 번의 시도로 방향성이 분명해지고, 더 완성도 높은 요리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후배 셰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기본을 실천하길 바란다. 기본을 지키는 데는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켜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23-09-27 -
Best Plant-based Award : Local EAT 남정석 셰프
Best Plant-based Award : Local EAT 남정석 셰프 제철 채소와 이탤리언 브런치의 ‘맛남’ 로컬릿 남정석 한국의 사계절은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안부다. 싹을 틔우고 만발하고 결실을 맺는 순간을 전한다. 지역 제철 채소로 요리하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로컬릿 남정석은 요리로 계절을 전하는 셰프다. 2018년 마르쉐에 출전해 농부들과 소통하며 채식 메뉴를 개발한 것을 계기로 로컬릿을 오픈한 이래, 생생한 제철 재료로 이탤리언 브런치를 선보여왔다. 5가지 구운 채소와 백태콩 후무스로 만든 로컬릿의 시그너처 메뉴 ‘채소 테린’은 계절마다 다른 재료가 빨강, 노랑, 초록으로 켜켜이 쌓인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채소에 대한 향수를 지녔던 남정석은 스스로도 건강한 식단의 효과를 실감해왔다. 좋아하는 요리를 하고 주변에 알리다 보니 어느새 채식 전도사로 통하게 된 그의 가장 선명한 믿음은 ‘좋은 요리는 좋은 재료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남정석 셰프> 이탤리언 브런치와 제철 채소를 접목한 요리를 선보인다. 이탤리언 요리와 채소의 궁합은. 이탈리아 요리의 특징은 재료 자체의 맛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원재료를 그대로 살려서 심플하게 요리하는 점이 채소 요리와 잘 어울린다. 평소 다양한 채소 요리를 접해보지 못했다면 쓰다, 달다, 밍밍하다, 아삭하다 등 채소에 대해 단편적인 인상만 가지고 있기 쉽다. 하지만 조리법에 따라 채소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맛을 낸다. 흔히 채소는 생으로 먹거나 데쳐서 조리한다. 나는 소금, 후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뿌려서 오븐에 굽는 조리법을 가장 좋아한다. 채소의 맛과 식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소금간 그리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의 풍미가 어우러지면 어떤 채소든지 맛있게 느껴진다. 최근에 마를 이런 식으로 구워봤는데 상상 이상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셰프나 채소 마니아가 아니면 떠올리기 쉽지 않은 조리법인데 나 스스로도 마가 선사한 새로운 맛에 놀랐다. 최근에 새롭게 관심을 기울이는 조리법이 있다면. 오븐에 굽는 조리법은 간접적인 열로 대량 조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호하는데 최근에는 직화로 굽는 채소의 맛에 빠져 직화 그릴도 시도해보고 있다. 언젠가는 요즘 유행하는 우드파이어로 화덕에서 굽는 채소 요리를 해보고 싶다. <시금치 뇨끼, 채소 테린> <로컬릿>의 시그너처 메뉴는 구운 채소와 백태콩 후무스로 만든 ‘채소 테린’이다. 가니시에서도 계절을 느낄 수 있는데 요즘은 멕시코 미니 오이 쿠카멜론을 곁들인다. 낯선 채소가 선사하는 새로움이 신선하다. 쿠카멜론은 남양주 덕소에서 <로컬릿>을 운영할 때 직접 길러본 채소다. 작은 씨앗 3개를 심었는데 엄청 크게 뻗어나가서 꽤 많은 열매가 맺혀 참 신기했다. 일단 모양이 너무 예쁘고 그냥 먹어도 아삭한 식감과 라임 같은 신맛이 매력적인 채소다. 작년에 알게 된 멕시코 감자라고 불리는 히카마도 매력적이다. 마처럼 생겼는데 식감은 아삭한 배나 부드러운 콜라비와 비슷하고 무엇보다 맛이 아주 좋았다. 또 스위트 파파야는 달콤한 멜론과 같은 단맛과 파파야의 향기를 모두 갖고 있다. 이 모든 채소와 과일이 수입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어 더 소중하다. 식재료의 특성이나 쓰임에 대해 농부와 자주 의견을 주고받는데, 농부에게서 얻은 영감이 있다면. 최근에 <채소곶간>의 장준식 농부님이 직접 재배한 여러 가지 품종의 감자를 보내주시며 이름과 특징을 알려주셨는데 정말이지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직원들과 함께 잘라서 단면을 보고, 삶은 후 으깨 보기도 하는 등 관능 평가를 해서 <로컬릿>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농부님과도 공유했다. 농부님 덕분에 감자를 좀 더 깊게 연구할 수 있었다. <남정석 셰프>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 나 역시 파인 다이닝을 동경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쉽게 따라서 만들어볼 수 있는 제철 요리 레시피를 더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언젠가 팜투테이블을 실현해보고자 강릉에서 작은 농장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재료를 지속적으로 수급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일단 소소하게 시작을 했는데 직접 농사짓고 농부 입장에서 채소를 바라보면서 채소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더 높아지는 걸 느낀다. 예를 들면 토마토가 가장 맛있을 때 수확해서 사용할 수 있고, 허브꽃을필요할 때 바로 따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토마토는 유통과정 때문에 완숙되기 전에 따서 익히는 경우가 많은데, 직접 키우면 가장 맛있을 때 딸 수 있고, 허브꽃도 미리 따서 보관하면 금방 시들어버리는데 바로 따서 사용하면 모양과 향을 좀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로컬릿>의 인스타그램은 시장 다녀온 스토리, 식재료에 대한 정보, 요리과정 영상 등으로 가득하다. 특히 집에서도 따라 해볼 수 있는 제철 채소 레시피도 꾸준히 공유 중이다. 여전히 채식 요리에 대해 알려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끼는가.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 나 역시 파인 다이닝을 동경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쉽게 따라서 만들어볼 수 있는 제철 요리 레시피를 더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백종원처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로컬릿>의 채소 요리, 남정석의 채소 요리를 알리고 싶다. 10월에는 어떤 재료가 <로컬릿>의 식탁에 오를까. 무화과, 땅콩호박, 돼지감자를 사용하지 않을까 한다. 무화과는 샐러드와 과일 타르트 혹은 케이크로 준비하고, 땅콩호박은 뇨키 소스에 활용하거나 구워서 채소 테린에 곁들이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돼지감자는 한우 브라사토 또는 채소 테린에 사용할 것 같다.
2023-09-27 -
Best Korean Restaurant Award : Onjium 조은희&박성배 셰프
Best Korean Restaurant Award : Onjium 조은희&박성배 셰프 고유의 한식과 사람의 ‘맛남’ 온지음 조선 궁중식 한식 다이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온지음>은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의 맛공방답게 연구소나 학교라고 칭해도 어울리는 곳이다. 건물 한편에서 장이 익어가고 있지만 또 반대편에서는 인문학 강의가 열린다. 젊은 셰프들은 재료 손질도 열심이지만 도자기나 전 세계 역사에 대해서도 배우고 익힌다. 음식을 문화라는 큰 틀에서 보는 <온지음>이 내는 음식에서는 서사가 흐른다. 옛 조리서를 교재 삼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르신에게서 음식 조리법을 배우는 모든 행위 뒤에는 한식을 지키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있다. 전통에 동시대성을 확보하는 일, 어르신의 손에서 조은희, 박성배 셰프의 손으로 그리고 젊은 셰프들의 손으로 한식이 이어지는 일이 <온지음>의 오늘을 채우고 있다. <박성배, 조은희 셰프> 반가, 종가, 만석꾼 집안 내림 음식을 바탕으로 하고 옛 조리서를 교재로 삼는다. <온지음>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은. 조은희(이하 조): 서양 조리법을 적용해서 새로워지는 게 아니다. 옛날 조리법 안에서 커팅만 바꾸거나 소스에 새로운 걸 더하기만 해도 다른 맛이 난다. 해외에서 음식을 먹으며 연관지어 보기도 한다. 책에서 보든 어른에게 배우든 손님에게 내놓기까지 엄청난 연구를 거친다. 넣고 빼며 새로움을 만들기도 하고 옛날 음식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새롭게 다가가기 도한다. 한가지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임한다. 박성배(이하 박): 전통이란 사실 파도 파도 끝이 없고 우리는 상상을 더하기도 한다. 전통을 추구하지만 현대적으로 풀어서 균형을 맞추는 시도를 한다. 고가구만 있는 것보다 전통 책상에 바우하우스 의자가 놓인 공간이 흥미로운 것처럼 메뉴를 짤 때 새로움을 더해본다. 최근 전복꽃찜에는 고려시대 불교의 세밀한 문화를 고민해 하얀색 나물을 꽃이 핀 모습으로 표현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방의 향토 음식과 숨은 손맛을 배운다. 어르신에게 음식 조리법을 배우다 보면 사명감이 커질 듯하다. ▸조: 음식 솜씨가 좋은 어른들이 연세가 많으시다. 그분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지혜가 전수되지 않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박: 기록에 남아 있는 요리는 맛있기 때문에 전해지는 것이다. 맛있지 않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처음 <온지음>을 열었을 때 장아찌만 80종류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만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제강점기부터 근대까지 남아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 그래도 늘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그 얘기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누군가를 통해 듣기도 한다. <꽈리 산적, 옥잠화> 조선시대를 넘어 개성음식을 주제로 고려시대 음식을 낸 적도 있다. 시대별로 음식 문화에 차이점이 있다면. ▸조: 음식을 시대별로 나눈다기보다는 고려시대 자손이 조선시대로 이어지니 결국 다 같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개성의 만두, 약과라고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먹었고 이렇게 전통은 쭉 이어져서 지금까지 전해졌다고 본다. 정치 상황이 복잡했을 뿐 서민은 항상 같았다. 문화가 다양해서 오히려 좋고 우리가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전통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도록 항상 내놓는 방식을 고민한다. 그런 노력이 반영된 시즌 메뉴에 대해 듣고 싶다. ▸조: 이번 가을에는 ‘입을 즐겁게 하는 탕’이라는 뜻을 지닌 ‘열구자탕반’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통열구자탕은 신선로에 담는데 우리는 밥 위에 고명을 올리고 국물을 붓는 탕반 형태로 내보려고 한다. 전통을 새로운 방법으로 담아서 그 음식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맛을 바꾸기도 하나. ▸박: 복합적인 맛을 단순하게 풀려고 하는 편이다. 궁중 요리 중 잣찜이 있는데 여러 재료가 들어가서 복합적인 향이 진해 입이 즐겁다. 그런데 계속 먹으면 결국 질린다. 순수한 채소의 맛이 딱 행복을 안겨주는 순간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단순하면서도 감동이 있는 맛을 찾는다. 저서「찬」에서 ‘밥상은 계절의 서사’라는 표현이 와닿았다. 이 계절의 밥상 속 서사는. ▸조: 햇밤보다 시간이 지나 단맛이 든 밤이 더 맛있다. 식재료가 본연의 맛을 가장 맛있게 내는 시기가 있다. 그때를 맞춘 식재료로 요리했을 때 다른 양념이 필요 없다는 생각을 많이한다. 예를들어 무, 밤, 배, 더덕 같은 재료가 가진 단맛의 조화로움을 찾아내면 조리를 많이 하지 않아도 손님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재료를 잘쓰는 요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식의 가장 큰 특징으로 조화로움을 꼽아왔다. ▸조: 외국음식은 각각 간해서 따로 먹는 형태가 많다. 하지만 우리 잡채만 해도 각 재료에 밑간을 한 후 섞어야 맛있다. 양념이 조화로워야 해서 한식은 밑간이 중요하다. ▸박: 차를 마실 때 극찬이 ‘차에 간이 맞네요’다. 소금을 넣어야만 간을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라 맛있는 상태를 찾아내는 것도 간을 맞추는 것이다. ▸조: 음식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간이고 그다음은 느낌이다. 만약 된장찌개에 두부를 길게 썰어 넣으면 창의적일 수는 있지만 그 음식이 가진 고유의 느낌을 표현하진 못한 것이다. 이런 느낌을 키우려면 계속 만들어보고 담아봐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온지음>
2023-09-27